인공지능(AI)이 바둑이나 보드게임, 자율주행차, 단백질 구조 해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용화되고 있다. 그러나 얼핏 보면 인공지능이 주식시장 투자에도 잘 적용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기계학습이나 AI에 의한 의사결정이 잘 보급되지 않고 있다.
기술의 진보로 인해 온라인 결제 서비스와 인터넷뱅킹 등장으로 금융권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을 접목한 핀테크(Fintech)라는 용어도 쓰이고 있다. 이러한 분야에서는 AI에 의한 보안시스템, 자금세탁 대책, 클라이언트 신원확인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직접적인 수익을 위한 주식이나 환율 등 금융상품을 거래하는 트레이딩에 있어서 AI 보급은 그다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단순한 알고리즘은 트레이더에 의해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기계학습이나 AI는 투자의사 결정에 있어서 일반적이지 않다. 그러나 기계학습은 방대한 데이터 세트를 분석하고 패턴을 찾아내는 데 쓰이고 있다. 또 금융시장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생성하기 때문에 둘 다 맞아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Quant(Quantative 약자) 헤지 펀드라고 하는 일부 전문 투자사는 투자의사 결정 프로세스에 AI를 사용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공식적인 성과 정보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또 AI를 채용하고 있는 투자회사 중에는 수십억 달러를 운용하는 곳도 있다고 홍보하지만 실제로는 그 정도 규모는 아니라고 알려져 있다.
한편, 학술 연구에 있어서는 기계학습 알고리즘에 의해 고정밀 재무 예측이 가능하다라는 여러 개의 발표가 나오고 있어 연구와 현실에 있어서 차이가 존재한다.
최근 케임브리지대학과 옥스퍼드대학의 연구팀이 현실에서 AI에 의한 투자가 보급되지 않는 원인에 대해 찾기 위해 지난 20년 동안(2000년~2018년) 발표된 ‘기계학습 알고리즘에 의한 주식시장 예측 실험’ 논문 27개 연구에 대해 분석했다. (논문명: A review of machine learning experiments in equity investment decision-making: why most published research findings do not live up to their promise in real life, Springer Nature).
연구팀 분석에 따르면, 조사한 대부분 실험에서는 복수의 시장 예측 모델을 동시 병행으로 실행하고 있다. 극단적인 것은 수백 건의 모델을 실행하고 있었다. 또한 대부분의 경우 논문 저자들은 가장 고성능 모델을 결과로서 제시하고 있었다.
즉, 최선의 결과는 체리피킹(Cherry Picking)되고, 최적이 아닌 결과는 모두 무시되고 있었다. 이러한 접근법은 특정 전략을 한 번에 하나만 수행할 수 있으며, 설사 손익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취소할 수 없는 현실에서 투자에는 작동하지 않는다. 또한 투자회사가 여러 투자전략을 실행하고 그중 성공한 것만 대표 사례로 공개하는 것은 불법으로 간주할 수도 있다.
게다가 연구팀이 검토한 논문에서는 약 95%라고 하는 매우 높은 정밀도로 시장 예측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실의 시장 예측에서는 5%의 실수가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는 고스란히 5% 손실이 되는 것이 아니라 중대한 국면에서 착오가 발생할 경우 운용 자금을 대부분 날릴 위험성도 있다는 점이다.
또한 대부분 AI 알고리즘은 그 내용이 ‘블랙박스’이며 ‘이 투자 알고리즘은 이렇게 기능한다’와 같은 투명성을 담보할 수 없다. 현실에서는 이러한 점이 투자가에게 우려가 될 가능성이 높고 규제 관점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더불어 이번에 검토한 연구 모두 EU의 금융시장 규제안 중 하나인 현재 ‘제2차 금융상품시장지침(MIFID II, Markets in Financial Instruments Directive 2)이나 기업윤리를 고려하지 않아 AI에 의한 운용이 윤리적인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다.
실험에서는 현실 주식시장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았지만, 사용된 AI는 윤리적인 거래를 수행하는 것을 보장하는 설계가 부족해 현실에서 운용될 경우 윤리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연구팀은 기계학습이나 AI 알고리즘에 의한 투자 판단은 두 가지 윤리기준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먼저 하나는 AI 자체를 윤리적으로 만들어야 하고, 다른 하나는 환경. 사회. 협동을 고려해 윤리적인 투자 판단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AI가 사회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상의 결과로 볼 때 학술적인 실험에서 설명한 AI는 현실의 금융업계에서는 운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연구팀은 일반적으로 퍼포먼스가 공개된 소수의 AI 펀드와 시장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인덱스의 비교도 하고 있지만 그 결과는 AI에 의한 투자 성과는 대체로 인덱스를 밑돌고 있었다.
그러면서 현재 인간 애널리스트나 매니저를 좋아하는 매우 강한 사례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모든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실증적인 증거는 인간이 AI보다 우월함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다.
이는 불확실성 아래 신속한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 인간이 효율적으로 휴리스틱(Heuristics, 어떤 사안 또는 상황에 대해 엄밀한 분석에 의하기보다 제한된 정보만으로 즉흥적·직관적으로 판단·선택하는 의사결정 방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래에는 AI에 의한 투자 판단이 보급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인간이 AI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의사결정이나 분석을 보조 수단으로 AI를 사용해 최종적인 투자 판단은 인간이 내리는 방식이 될 것이다.
김들풀 기자 itnews@irene
출처: http://www.itnews.or.kr/?p=362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