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50여년 전인 1969년 10월 29일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볼터홀(Boelter Hall) 3420호실에서 인터넷의 시초인 아르파넷(ARPANET)이 탄생했다.
기념비적인 아르파넷 탄생 배경에는 미국과 소련 간의 냉전이 요인이었다. 특히 소련이 1957년 10월 4일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Sputnik) 1호’ 발사에 성공했다. 당시 미국은 과학 기술에서 소련에 뒤지고 있다는 충격에 빠졌다. 훗날에 ‘스푸트니크 쇼크’라고 부를 정도였다.
이후 미국은 소련의 최첨단 과학기술을 잡기 위해 1958년 1월 ‘고등연구계획국(ARPA,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를 창설했다. ARPA는 1996년에 이름을 ‘DARPA(미국방위고등연구 계획국)’으로 바꿨다.
1960년대 ARPA는 컴퓨터 개발에 많은 자금을 투입했지만, 당시에는 컴퓨터마다 각각 언어가 달라 서로 정보 교환이 어려웠다. 이때 인터넷의 선구자로 불리는 밥 테일러(Bob Taylor)로 알려진 로버트 윌리엄 테일러(Robert William Taylor)가 등장한다.
테일러는 각각의 컴퓨터에서 통신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컴퓨터에서 각각 다른 언어를 갖춘 3개의 컴퓨터과 통신하는 아이디어를 고안했다.
실무에서도 컴퓨터끼리 네트워크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던 1966년 ARPA의 정보기술처리 국장에 취임한 그는 3대의 컴퓨터가 터미널을 이용해 교신할 수 있는 네트워크 언어와 프로토콜인 아르파넷(ARPANET)을 개발했다. 당시 이 연구는 파괴 불가능한 네트워크를 개발하기 위한 이유로, ARPA의 탄도 미사일 개발 자금의 일부가 할당됐다.
미국 경제 월간지 패스트 컴퍼니(Fast Company)에 따르면, 아르파넷은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에서 컴퓨터 과학을 가르치고 있던 레너드 클라인락(Leonard Kleinrock) 교수의 ‘대기이론(Queuing Theory)’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대기이론은 다양한 통신 세션에서 데이터 패킷에 동적 링크를 만드는 방법을 수학적으로 분석한 것이다.
1969년 클라인락이 이끄는 연구팀은 라우터의 원형이 된 네트워크간 패킷 전송을 제어하는 ‘IMP(Interface Message Processor)’를 개발했다. IMP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도 개발해 IMP를 UCLA에 있는 SDS가 출시한 최초 32 비트 컴퓨터 ‘Sigma 7’는 스탠퍼드 연구소의 컴퓨터 SDS 940과 연결됐다.
아르파넷 첫 통신 시험 일정은 1969년 10월 31일이었지만, 연구팀은 매일 15시간 이상 노력 끝에 이틀을 앞당겨 10월 29일 프리 알파 테스트를 진행했다.
아르파넷의 첫 메시지 전송은 1969년 10월 29일 오후 10시 30분이다. 당시 UCLA 대학원생이자 프로그래머였던 찰리 클라인(Charley Kline)이 아르파넷에서 ‘로그인(login)’ 명령을 전송하고 스탠퍼드 연구소(SRI, Stanford Research Institute)의 SDS 940이 ‘로그인(login)’ 명령을 인식하는지 확인하는 목적으로 실험이 진행됐다.
클라인은 실험을 시작해 “l”을 먼저 보내고 스탠퍼드 연구소 SDS 940에서 수신을 전화로 확인했다. 이어 “o”을 보내고도 확인했다. “g”를 보내는 단계에서 스탠퍼드 연구소 SDS 940과 충돌해 전송되지 않았다. 그 결과 아르파넷에서 처음 전송된 메시지는 ‘lo’가 됐다.
아르파넷은 첫 메시지를 보낸 후 1개월 뒤 UCLA, 스탠포드 연구소, 캘리포니아대학 산타 바바라(UC Santa Barbara), 유타 대학(University of Utah)과 서로 연결시켰다. 이후 70년 80년대를 거치면서 미국 정부 및 각지에 분산되어 있는 연구소와 대학교의 컴퓨터를 연결한 대규모 패킷 교환망으로 시작됐다. 1983년에는 민간용 네트워크로 발전해 세계적인 통신망 인터넷으로 발전했다.
1969년 아르파넷 탄생 시 UCLA는 보도자료를 통해 “컴퓨터 네트워크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 그러나 미래에는 전기나 전화처럼 가정이나 사무실에까지 보급할 것이다”라고 클라인락 의 말을 인용했다.
테일러 역시도 1968년 공동 저술 논문에서 “인간이 기계를 통해 얼굴을 맞대고 교신할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후 제록스 파크(XEROX PARC, Xerox Palo Alto Research Center, 현재 팔로알토 연구소)로 옮겨 프로토타입 PC 초기 모델인 알토 컴퓨터 개발을 주도하기도 했다.
테일러는 2017년 4월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우드사이드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김한비 기자 itnews@irene
출처: http://www.itnews.or.kr/?p=31020